김해시보 제 772 호 5페이지기사 입력 2016년 02월 05일 (금) 10:38
김해 출신 김응석 공 유고집 발간
김해 사충신 김득기 공의 7대손, 성균관서 광복이후 최초 출판기념회 개최
지난 1월 21일 성균관에서 광복이후 최초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김영근 성균관유도회 총본부회장(장유1동)의 집안 5대조 어른이셨던 조수(釣叟) 김응석(金應碩) 공의 유고집인 '조수유고'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김응석 공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순국한 김해 사충신 가운데 한 분인 김득기 공의 7대손으로 한평생 선비로 살면서 농사와 학문에 매진했으며, 향교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등 타의 모범이 되어 사후 김해고을 유림들이 오항계(烏項契)를 조직하여 한림면 용덕리에 오산재(烏山齋)를 건립하여 향사를 지냈다.
벼슬은 수직(壽職)으로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에 올랐다.
유고집 내용을 보면 조수 김응석의 인품과 낭만을 비롯하여 당시 김해고을 인사들의 면면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수 십 년에 걸쳐 '삼충실기(三忠實記)'를 편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김해향토사 차원에서도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응석(金應碩) 1785년(정조 9_~1876년(고종 13) 김해 출신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동언(東彦) 호는 조수(釣叟)
의병장 김득기의 7세손. 수직으로 동지중추부사가 되고 아들 아들 옥수가 수직으로
지중추부사가 되어 호조판서에 증직되었다.
釣叟遺稿에 收錄된 漢詩
謾味二絶 되는 대로 절구 2수를 읊다.
雨過澄江天氣新 우과징강천기신
비 갠 뒤 강 맑고 하늘 기운 산뜻하니
此身如洗滿腔塵 차신여세만강진
이내 몸 가슴 가득한 먼지가 씻어진 듯
靑氈付與兒孫守 청전부여아손수
청전57)일랑 아들 손자에게 지키기를 부탁하고
獨對黃編夢古人 독대황편몽고인
홀로 누런 책을 대하며 옛사람을 꿈꾸네
尺竿明月短蓑風 척간명월단사풍
짧은 낚싯대 밝은 달 단출한 도롱이에 바람이는데
滿地江湖一釣翁 만지강호일조옹
땅에 가득한 강과 호수와 일체가 된 늙은 낚시꾼
白鳥似知眞有樂 백조사지진유락
백조는 진정 즐거움 아는 것 같아라
雙雙來坐我吟中 쌍쌍래좌아음중
쌍쌍이 날아 와 내가 읊는 가운데 앉네
57) 청전(靑氈): 청전구물(靑氈舊物)의 준말. 푸른 빛깔의 짐승의 털로 아무런 무늬도 없이 짠 천. 곧 푸른 전(氈)을 이르는 말이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귀중한 물건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偶吟 우연히 읊다
卜宅傍溪曲 복택방계곡
굽어진 시냇가에 집을 정하니
茅檐出翼然 모첨출익연
띠 집58) 추녀59) 날개 같구나
種花樊柳圃 종화번유포
꽃 심어서 버들 밭에 울타리를 치고
播稻護沙田 파도호사전
나락(벼) 뿌려 모래 밭을 가꾸네
桑岸鷄豚散 상안계돈산
뽕나무 언덕엔 닭 돼지 흩어져 놀고
蕉陰駒犢眠 초음구독면
파초 그늘엔 망아지 송아지가 조네
箇中生涯足 개중생애족
이러한 가운데 생애가 만족하나니
聊以送流年 료이송유년
부족하나마 기꺼이 세월을 흘러 보내네
58) 띠 집: 짚으로 이엉을 한 초가집과는 달리, 띠(삘기, 피기) 풀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은 집을 말하나, 김해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새나리집’이라 하여 갈대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은 집을 말한다.
59) 추녀: 전통 목조 건축에서 처마의 네 귀의 기둥 위에 끝이 위로 들린 사래 좌우의 크고 긴 서까래.
風雨夜戱題 풍우야희제
비바람 부는 밤을 시제로 장난삼아 짓다.
昨早花開滿地紅 작조화개만지홍
어제는 이른 아침 꽃 피어 땅을 붉게 가득 덮더니
今晨花落樹枝空 금신화락수지공
오늘 새벽 낙화되어 가지가 텅 비었네
可嘆花時無霽日 가탄화시무제일
꽃 필 때 갠 날 없음을 탄식하나니
一番愁雨一番風 일번수우일번풍
한 번은 비 걱정 또 한 번은 바람 걱정
詠甁梅 병매를 읊다
雪額氷腮澹素粧 설액빙시담소장
이마엔 눈 뺨엔 얼음 담박한 화장이려니
暗香疏影不尋常 암향소영불심상
암향소영(暗香疏影)60)이 예사롭지 아니하네
山屛夢踏羅浮月 산병몽답나부월
꿈속에 걷는 나부산(羅浮山)61)의 달을 산이 가리니
莫使輕風吹意凉 막사경풍취의량
가벼이 바람 불어 나의 뜻을 차갑게 하지 마라
和贈友人見寄 화증우인견기
벗이 부친 것을 보고 화답하여 드리다
簾垂靜寂曉窓空 렴수정적효창공
주렴 드리워 고요하나 새벽 창은 밝아 오는데
暗想淸光入夢中 암상청광입몽중
맑은 풍광 꿈속에 들어오길 남몰래 생각하네
推枕更聞山鳥語 추침갱문산조어
배개 밀고 또다시 산새들의 지저귐을 듣자니
一枝紅杏落微風 일지홍행낙미풍
한 가지 붉은 살구 미풍에 떨어지네
60) 암향소영(暗香疏影): 암향(暗香)은 꽤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를 뜻하며, 소영(疏影)은 드문드문 비치는 그림자를 말한다.
61) 나부(羅浮): 나부는 중국 광동성(廣東省) 동강(東江) 북쪽에 위치한 산 이름으로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도를 닦았던 곳이다.
送宗人歸沃川 종인이 옥천으로 돌아감을 전송하다
雅會萍鄕兩誼親 아회평향양의친
덕 있는 고을62) 좋은 모임63) 두 사람 정의가 친한데
離樽梅落客懷新 이준매낙객회신
이별주에 매화 지니 나그네 회포가 새롭네
我歸臨海君歸沃 아귀임해군귀옥
나는 임해(김해) 그대는 옥천으러 돌아가는데
同是勞亭缺月晨 동시노정결월신
다 같은 노로정64)인가 이지러진 새벽달이 비취네
62) 평향(萍鄕): 원문의 ‘평향(萍鄕)’은 선정(善政이 베풀어지고 있는 작은 고을을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진서(晉書)』의 『하무기전(何無:忌傳)』을 보면 평향(萍鄕)은 강서성(江西省) 원주부(袁州府) 안성군(安成郡) 서쪽의 고을 이름으로, 일찍이 하무기(何無忌)가 평향현공(萍鄕縣公)에 봉해졌는데, 당(唐)나라 최동(崔峒)이 그를 기려서 쓴 시에 “조그마한 평향 고을 잘 다스려서 황제의 하사품을 받다니 참으로 아까운 인재로다(萍鄕路冕眞堪惜)”라는 구절이 있다.
63) 아회(雅會): 원문의 아회(雅會)는 시를 짓고 읊조리며 노는 멋 즉 풍아(風雅)가 있는 모임을 말한다.
64) 노정(勞亭):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녕현(江寧縣) 남쪽에 노로정(勞勞亭)이 있는데, 옛날 그곳은 송별하던 장소로, 떠나는 사람을 위해 부르는 이별의 노래로 노로가(勞勞歌)를 부르며 전별했다 한다.
閒居有感 한거유감
此生於世乍爲賓 차생어세사위빈
이 생애 세상에 잠깐 손님되어
萬事經來盡苦辛 만사경래진고신
모든 일 지나와 괴롭고 쓰라림 다하였네
僻在遐荒吾自樂 벽재하황오자락
궁벽한 먼 곳에 있어도 나 스스로 즐거운데
肯將馳逐騈肩人 긍장치축병견인
사람 붐비는 곳 즐겨 달려가 쫓을까
敬次孤雲崔先生[雙]溪寺板上韻 고운 최선생의 쌍계사 판상운에 차운하다
桑海曾無不變遷 상해증무불변천
상전벽해라 일찍이 변하지 않음이 없는데
先生往蹟已千年 선생왕적이천년
선생의 지난 자취 이미 천년이 되었네
懸崖翠壁餘丹字 현애취벽여단자
깍아지른 벼랑 푸른 암벽에 단(丹)자 여운이 있어
手抹蒼苔尙宛然 수말창태상완연
손으로 푸른 이끼 문지르니 아직도 완연하네
與許宋登無隻山 허죽(허육), 송재규65)와 무척산66)에 올라
山在虛無縹緲中 산재허무표묘중
산은 텅 비고 아득한 곳에 있는데
與君携手上重峰 여군휴수상중봉
그대와 손잡고 거듭 봉우리를 오르네
此行同是仙緣得 차행동시선연득
이번 길에 함께 신선의 인연을 얻게 되면
怕有時人躡後蹤 파유시인섭후종
아마 때때로 사람들의 뒤따르는 발길이 있겠지
65)송재규(宋在奎): 유행(儒行)으로 저명하였다. 자(字)는 이길(而吉), 호는 율옹(栗翁), 송정백(宋廷伯)의 후손(後孫)이다. 지조(志操)있는 행실(行實)로 삼가고 조심(操心)하였으며 후생(後生)을 가르치고 이끌었다. 김해부사(1820~1822년)를 지낸 학서(鶴棲) 류태좌(柳台佐)를 좇아 교유(交遊)하였으며, 성재(性齋) 허전(許傳)이 김해부사(1864~1866년)로 김해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방문(訪問)하고 말하기를 “남(南)으로 와서 처음으로 어른을 뵙습니다.”라고 하였다. 예강(禮岡) 안언호(安彦浩)가 지은 행장(行狀)이 있다.
66)무척산(無隻山): 김해시 상림면과 상동면 사이에 있는 해발 702.5m 산으로 산 정상에 천지(天池)라는 못이 있고, 가락국 시대에 지었다는 모은암과 백운암, 그리고 통천사지(通天寺址)가 있다.
宿山寺 산사에서 묵다
重重列峀樹陰昏 중중열수수음혼
산은 겹쳐 늘어서고 나무 그늘은 어두운데
缺月初生星斗翻 결월초생성두번
이지러진 달 처음 뜨니 북두성이 바뀌네
穩借蒲團閒聽梵 온차포단한청범
평온히 포단 빌려 한가롭게 염불을 듣는데
雨花無跡鳥聲喧 우화무적조성훤
우화(雨花)67)는 흔적 없고 새 소리만 요란하네
67) 우화(雨花):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꽃으로서 부처가 설법할 때의 상서러운 조짐이라 한다.
發山寺 산사를 떠나며
登斯忘却世黃昏 등사망각세황혼
이곳에 오르면 세상의 황혼을 잊는데
一掏靈泉濯六根 일도영천탁육근
영천(靈泉)을 한 번 움켜쥐어 육근(六根)68)을 씻어 보네
寂滅元非吾道是 적멸원비오도시
적멸(寂滅)69)은 본래 나의 도(吾道)70)가 아니니
淸晨理屐出沙門 청신리극출사문
맑은 새벽 나막신 신고 절문을 나서네
68) 영천(靈泉), 육근(六根): 영천(靈泉)은 선도(仙道)에서 단전(丹田)을 일컫는 용어이다. 육근(六根)은 불교 용어로 육경(六境, 육근으로 깨닭는 여섯 가지 대상을 말하며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이 있다.)을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한 능력이 있는 기관으로 눈, 귀, 코, 혀,몸, 뜻을 이른다.
69) 적멸(寂滅): 열반(涅槃)의 번역어. 불교에서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궁극적 경지, 번뇌(煩惱)를 모두 끊어 더 이상 나고 죽는 인(因)·과(果)를 멸하여 다시는 미혹한 생사를 계속하지 않는 적정한 경계.
열반(涅槃): [범]nirvắa [팔]nibbắna 불교의 최고 이상. 니원(泥洹)·열반나(涅槃那)라 음역, 멸(滅)·적멸(寂滅)·멸도(滅度)·원적(圓寂)이라 번역.또는 무위(無爲)·무작(無作)·무생(無生).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해탈하고, 진리를 궁구하여 미(迷)한 생사를 초월해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법을 체득한 경지. 소승에서는 몸과 마음이 죄다 없어지는 것을 이상으로 하므로, 심신이 있고 없음에 따라 유여의(有餘依)·무여의(無餘依)의 2종 열반을 세우고, 대승에서는 적극적으로 3덕(德)과 4덕을 갖춘 열반을 말하며, 실상(實相)·진여(眞如)와 같은 뜻으로 본체(本體) 혹은 실재(實在)의 의미로도 쓴다. 법상종(法相宗)에서는 4종 열반을 세운다.⇨본래자성청정열반(本來自性淸淨涅槃)·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 이 외에도 종파마다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70) 오도(吾道): 조수공이 신봉하는 도(道), 불교는 자신이 신봉하는 도(道)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도가 유교라는 의미 또한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유교를 중심으로 하여 노자, 장자, 석가 등 유불선의 사상을 두루 섭렵하였을 뿐, 달리 특정한 사상에 심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閒居自詠 한가하게 있으며 스스로 읊다
黃菊花前獨擧盃 황국화전독거배
누런 국화 앞에서 혼자 술잔드니
江南九月早霜來 강남구월조상래
구월 강남에 서리 일찍 내리네
人誰知我閒居樂 인수지아한거락
누가 나의 한거하는 즐거움을 알리요
滿架陳編次第開 만가진편차제개
시렁 가득한 묵은 책을 벌려 차례로 열어보네
江樓送客 강가의 누각에 손을 보내며
春風三月客登樓 춘풍삼월객등루
봄바람 부는 삼월에 손님과 누각 오르니
活畵江光滿載舟 활화강광만재주
살아 있는 듯한 강 풍광 배에 가득하네
人去我來無限意 인거아래무한의
손님은 가고 나는 오니 아쉬운 맘 끝없는데
有誰知得問於鷗 유수지득문어구
누가 있어 이내 마음 갈매기에게 물어 볼꼬
驛亭滯雨 역정에서 비에 막히다
沙菊垂垂野柳黃 사국수수야유황
사국(沙菊: 少菊)은 늘어지고 야류(野柳)는 황금빛인데
驛亭春雨午眠長 역정춘우오면장
역정(驛亭)의 봄비에 낮잠이 길어지네
不覺此身同伴蝶 불각차신동반접
이 몸이 나비와 동무된 줄 모르고
翅輪飛過百花香 시륜비과백화향
날개 짓하며 온갖 꽃향기 스쳐 지나가네
表忠祠秋享後感吟 표충사 추향 후에 느낌을 읊다.
此日此祠想典型71) 차일차사상전형
오늘 이 사당의 규범을 회상하노라니
高風邈邈雨冥冥 고풍막막우명명
높은 풍모 아득한데 비마저 어둑하게 내리네
兩楹間濶周旋路 양영간활주선로
두 기둥 사이에 트여 둘러보니 신로(神路)이고
三卓前開揖讓庭 삼탁전개읍양정
세 제사상 앞엔 음양하는 뜰이 열렸네
爵侑先王崇大節 작유선왕숭대절
선왕이 술잔 올려 높은 절개 숭상했고
羹墻多士慕尊靈 갱장다사모존령
추모하는72) 많은 선비 존령을 사모하네
千秋無限孱孫痛 千秋無限孱孫痛
천추토록 약한 후손은 아픔이 한이 없어
不覺臨斯淚自零 불각임사누자영
눈물이 저절로 흐름을 깨닫지도 못하네
撥憫 근심을 덜다
居海何傷作海民 거해하상작해민
바닷가에 사노니 해민(海民)된들 무슨 상관이리요
爲家幸與讀書隣 위가행여독서린
다행이 독서하는 이웃에 집을 지었다네
稚孫問字琅琅誦 치손문자랑랑송
어린 손자 글자 묻고 낭랑히 외우니
差可餘生免浪人 차가여생면낭인
아! 다행히도 남은 생애 낭인을 면하겠구나
71) 型 : 원문에는 ‘刑’이나 아마 轉寫과정에서의 오류이지 싶다. 문맥상 ‘型’이 맞다.
72) 추모하는: 요(堯)임금이 죽자 순(舜) 임금이 그를 워낙 그리워한 나머지 요 임금의 모습이 앉아 있을 때는 담장에 어른거리고 음식을 먹을 때는 국그릇에 어른거렸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金陵懷古 금릉(김해)을 회고함
崔嵬殿閣舊都陵 최외전각구도릉
높다란 전각 옛 도읍의 왕릉에 자리 잡아
幾使來人感慨興 기사래인감개흥
오가는 사람에게 그 얼마나 감개를 일으켰나
不死草生殉國廟 불사초생순국묘
순국(殉國)한 사당에 불사초 자라나고
長春花發滿城燈 장춘화발만성등
읍성 가득한 등불에 장춘화 피어나네
三千里族心惟壯 삼천리족심유장
삼천리 겨레 마음 오직 굳세고
四百年塵氣尙凝 사백년진기상응
사백년 티끌 기운 아직도 엉겨있네
海畔魚山如釰立 해반어산여일립
바닷가 신어산73)은 칼날같이 서 있어
千秋往蹟此堪憑 천추왕적차감빙
천추의 지난 자취 여기에 의거하여 견디네
73) 어산(魚山): 어산은 김해의 신어산(新魚山)을 말한다.
燕子樓 연자루
萬古金陵此一樓 만고금릉차일루
만고에 금릉에 이 한결같은 누각이여
白頭人上幾驚秋 백두인상기경추
백두옹이 올라 몇 번이나 세월에 놀랐나
大時歲序元多變 대시세서원다변
천시(天時)74)와 세월의 차례는 원래 변화가 많음인가
燕子不來鳥雀遊 연자불래조작유
제비는 오지 않고 참새만 날아드네
74) 천시(天時): 대시(大時)를 다르게 이르는 말로서 『禮記』·『學記』를 보면 천시가 만물을 生殺하기 때문에 대시(大時)라고 하고 있다.
懷友謾吟 벗을 그리며 되는대로 읊다
近莫相親况遠方 근막상친황원방
가까이도 친한 이 없는데 먼 곳임에랴
有朋無處不參商 유붕무처불참상
벗 없는 곳이라 참성(參星)도 상성(商星)75) 아니 뜨네
閒中寧作漁樵侶 한중녕작어초려
한가로워 차라리 어부나 나무꾼과 놀까
逐逐何如彼此忘 축축하여피차망
기를 쓰나 피차간 잊으면 어쩌나
75)참상(參商): 참성(參星)과 상성(商星)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참성(參星)은 서쪽에 있고 상성(商星)은 동쪽에 있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데서 유래하여 서로 만날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戲呈友人 장난삼아 벗에게 보내다76)
獨坐高齋有所思 독좌고재유소사
홀로 높은 재실에 앉으니 친구가 그리운데
此人事故人知 차인사고인지
이 사람이 하는 일을 벗은 알고 있겠지
樹交花處 溪溪畔重 수교화처 계계반중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곳 시냇물마다 어울리니
想對芝顔卽此時 상대지안즉차시
친구 얼굴77) 대하였을 때가 바로 이때였음을 생각하네
76) 희정우인: 이 시는 칠언절구가 아니라 고체시 인 듯하다. 고체시는 주로 당나라 이전에 유행하던 시인데 글귀가 장단구로 이루어져 있어서3자 4자 6자 등으로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이 시는 운자가 知, 時이며 두 번째 구절은 3자, 세 번째 구절은 4자로 이루어 있다
77) 칭구 얼굴: 좋은 친구를 지안(芝顔)이라 한다. 사람의 얼굴에 대한 존칭. 당나라 원덕수(元德秀)의 자(字) 자지(紫芝)인데, 방관(房琯)이 덕수를 볼 때마다 탄식하며, “자지의 미우(眉宇,얼굴)를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명리지심을 모두 없어지게 한다.”하였다. 지안을 지미(芝眉)라고도 한다.
示齋中諸友 재사(齋舍)에 있는 여러 벗에게 보이다
離群已久未逢因 이군이구미봉인
오래도록 무리에 떨어져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萬紫千紅際泗春 만자천홍제사춘
사수(泗水)78)가의 봄에 천자만홍이 피었네
遙憶虎溪溪畔柳 요억호계계반유
멀리 호계(虎溪)79) 옆의 버드나무를 생각하니
分明記得去來人 분명기득거래인
가고 온 사람 분명히 기억나네
78)사수(泗水): 사수(泗水)는 현 사천시의 고호(古號)이다. 이 사천에는 구계서원(龜溪書院)이 있다. 1611년(광해군 3년)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이황(李滉)과 이정(李楨)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구산사(龜山祠)를 창건하였고, 1676년(숙종 2)에 ‘구계’라는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으로 승격되었으며, 1714년에 김덕함(金德諴)을 추가로 배향하여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79)호계(虎溪): 중국 강서성 구강시 서남쪽 여산(廬山)의 동림사(東臨寺) 앞으로 흐르는 시내, 진(晉)나라의 고승 혜원(慧遠)이 여산의 동림사에 은거하면서 손님을 배웅할 때는 호계를 건너지 않았는데,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할 때는 이야기에 도취되어 호계를 지나쳐 버려 세 사람이 크게 웃었다는 고사가 유래한 곳. 여기서는 분산에서 발원하여 김해읍성을 관통하는 호계천을 말한다.
偶成 우연히 이루다
一氣生成萬物齊 일기생성만물제
일기(一氣: 만물의 원기)가 생기니 만물이 가지런하고
東風飄蕩此心迷 동풍표탕차심미
샛바람이 표탕(飄蕩)80) 하니 마음 혼미한데
明花灼灼紅凝玉 명화작작홍응옥
명화는 밝고 성하여 붉은 옥이 뭉친 듯 하고
嫩柳依依綠映溪 눈유의의록영계
어린 버들 싱싱하고 푸르러 시내에 비치어 푸르네
雙蝶探香園裏去 쌍접탐향원이거
나비는 쌍쌍이 향기 찾아 정원 속에 날고
群禽交舌樹頭啼 군금교설수두제
새들은 교대로 혀를 놀려 나무 끝에서 지저귀네
箇中亦有偸閒趣 개중역유투한취
개중에도 또한 한가한 정취가 있나니
手掇玄經樂自携 수철현경락자휴
현경(玄經)81)을 손에 주워 스스로 즐기며 지니네
輓栗翁宋在圭 만율옹송재규 율옹 송재규에게 드린 만사
曾上新魚山上日 증상신어산상일
일찍이 신어산(新魚山)에 올랐던 날에
古城搖落刦塵浮 고성요락겁진부
옛 성은 뜬 먼지에 빼앗겨 흔들려 떨어졌네
龍蛇往蹟憑誰問 용사왕적빙수문
임진년(壬辰年: 龍蛇)82) 지난 자취 누구에게 물어보나
與子傷心下渡頭 여자상심하도두
그대와 더불어 마음 상해 나루를 내려갔었네
兩家先誼有難忘 양가 선대(先代)의 우의(友誼)를 잊기 어려워
回首人間易夕陽 회수인간역석양
머리 돌리니 인간사 쉽게도 석양이 되었네
遯世棲山餘白髮 둔세서산여백발
세상 숨어 산에 사니 백발만이 남았더니
百年人事一滄桑 백년인사일창상
백년의 사람일이 하나의 창상(滄桑)83)이 되었네
80) 표탕(飄蕩): 본래는 홍수로 재산을 떠내려 보내거나, 정처없이 떠도는 것을 말하나, 여기서는 샛바람(동풍)이 이리저리 펄럭이는 것을 말한다.
81) 현경(玄經): 일반적으로 『태현경(太玄經』을 지칭함. 중국 한(漢)나라의 양웅(揚雄)이 지은 술수서(術數書)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을 『주역(周易)』의 음양 이원론 대신 시(始), 중(中), 종(終)의 삼원(三元)으로써 설명하고, 여기에 역법(曆法)을 더한 책이다.
혹은 김창협(金昌協:161~1708)이 지은『오자수언(五子粹言)』부록에 주자가 왕통이 지은 『현경』을 통박한 『주자왕씨속경설』이 있는데,필자는 주자가 통박한 『현경』을 음미한 것도 같다.
82) 용사(龍蛇): 원문에는 ‘龍跎’이나 문맥상 ‘龍蛇’의 오기로 보아 고친다.
83) 창상(滄桑): 滄海桑田(=桑田碧海), 즉 세상일의 덧없음을 말한다.
無偏無黨淳眞老 무편무당순진노
무편무당의 순진한 노인이었고
不忮不求謹拙人 불기불구근졸인
불기불구(不忮不求)84)의 근졸한 사람이었네
五老五鄕今少一 오노오향금소일
우리 고을 오로(五老)에 이제 한 분이 줄었나니
月落空樑淚滿巾 月落空樑淚滿巾
텅 빈 처마에 달마저 지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네
84) 불기불구(不忮不求): 남을 헤치지도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아니함.
客中滯雨 객지에서 비에 막히다
翻花珠雨響蕭蕭 번화주우향소소
뒤집힌 꽃잎에 방울지는 쓸쓸한 빗소리
爲客牽懷不自聊 위객견회불자료
나그네 회포 끌어 저절로 무료하지 않네
泥滑旋添瀼岸濶 니골정첨양안활
진창이 미끄러워 문득 트인 언덕에 이슬 더 함에
時違未赴洛濱邀 시위미부낙빈요
때를 어겨 낙동강 가에서 마주치지 못하네
暗思園竹應多景 암사원죽응다경
정원에 대밭 응당 경치가 많겠거니 가만히 생각했더니
那料庭梅夢忽遙 나료정매몽홀요
뜰의 매화에 갑자기 꿈이 멀어짐을 어찌 헤아렸겠나
晩向漁舟消息問 만향어주소식문
늦은 고깃배 향해 소식을 묻는데
一雙鷗鷺度橫橋 일쌍구로도횡교
한 쌍의 해오라기 다리를 가로 질러 건너네.
登新魚山有感 신어산에 올라 느낌을 쓰다
深秋客上新魚山 심추객상신어산
늦가을의 길손이 신어산에 올라보니
山色蒼蒼不改顔 산색창창불개안
산색은 창창하여 모습이 바뀌지 않았네
城與齊高生大節 성여제고생대절
성과 나란히 높은 큰 절개가 태어나
釰如交揷敵强蠻 일여교삽적강만
칼처럼 삽을 맞대어 강한 오랑캐를 대적하였네
落來明月淸風外 낙래명월청풍외
밝은 달은 불어오는 청풍 너머로 떨어짐이
守過腥塵血雨間 수과성진혈우간
성진(腥塵)85) 혈우(血雨)86) 사아를 지나치며 지켰네
堡障吾州曾有力 보장오주증유력
우리고을 대적하는 보장이라 일찍이 이름 높았으니
龍蛇壯士凱歌還 용사장사개가환
임진년 장사들이여87) 개선가 부르며 돌아오라
85) 성진(腥塵): 피비린내가 나는 먼지라는 뜻으로 매우 어지러운 세상을 이르는 말
86) 혈우(血雨): 살상(殺傷)으로 말미암아 비처럼 심하게 흘러 내리는 피.
87) 임진년 장사: 임진왜란 때 김해성전투에서 순국한 의병장 송빈, 이대형, 김득기 세분을 지칭함.
過山人幽居 산인의 외따로 사는 곳을 지나며
主翁與世絶營求 주옹여세절영구
주인옹이 세상과 경영하기를 끊으니
傍水依山一室幽 방수의산일실유
산을 의지한 물가에 집 한 채 그윽하네
滿架詩書眞活計 만가시서진활계
시렁 가득 시서는 진짜 사는 계획이니
盈階雲石好林邱 영계운석호림구
계단 가득 운석88)은 숲 언덕에 마땅하리
風前鳥語花間轉 풍전조어화간전
바람결에 새소리 꽃 속에서 들리니
枕下溪聲琴上流 침하계성금상류
베개 아래 시내소리 거문고 위에 흐르네
留約江湖前果在 유약강호전과재
강호에 머물 약속 앞서 결과가 있으려니
斜陽細雨共漁舟 사양세우공어주
해거름 햇빛과 가랑비가 고깃배에 함께 내리네
挽 許俼 허죽에게 드리는 만사
先陵東畔舊延樓 선릉동반구연루
선릉(先陵)89)의 동쪽 언저리 오랜 연신루(延神樓)
萬事人間轉夢悠 만사인간전몽유
인간만사가 돌고 돌아 아득한 꿈이 되었네
晩計獨全中有得 만계독전중유득
만년(晩年) 계획 중년에서 온전함을 얻었고
寒盟同守外無求 한맹동수외무구
세한의 맹세90)같이 지켜 달리 구함 없었네
君吟十世梅花雨 군음십세매화우
그대는 가락국 십 세(世)의 매화 꽃비를 읊었고
我淚孤城草樹秋 아누고성초수추
나는 외로운 성의 가을 수풀에 눈물 흘렸네
誰識玆筵千古別 수식자연천고별
누가 이 자리가 영원한 이별 될 줄 알았으리
樑空月落不堪愁 량공월낙불감수
텅빈 들보에 달마저 지니 시름 감당키 어렵다
88) 운석(雲石): 중국 운남성(雲南省)에서 나는 옥돌. 여기서는 수석(壽石) 같은 좋은 돌을 말함.
89) 선릉(先陵): 납릉(納陵) 즉 수로왕릉(首露王陵)을 말함. 허죽의 선조의 왕릉이라는 뜻.
90) 한맹(寒盟): 세한(歲寒)에도 송백(松柏)과 같은 지조를 지키자는 맹서(盟誓)를 말한다.
過山亭 과산정 산정을 지나며
夕照爭輝雪壑明 석조쟁휘설학명
석양이 눈 내린 골짜기와 밝음을 다투니
山中人似畵中行 산중인사화중행
산 속 사람은 그림 속을 걷는 것 같아라
林間傾瀑聲聲壯 임간경폭성성장
숲 속 기운 폭포 소리소리 우렁차고
雲外奇峰谷谷靑 운외기봉곡곡청
구름 밖 기봉은 골짜기 마다 푸르네
踏蘇坐來塵慮遠 답소좌래진려원
이끼 밟고 앉으니 진세(塵世) 생각 멀어지고
吟詩緩步格言成 음시완보격언성
시 읊으며 천천히 걷자니 격언을 이루네
遲猶不妨何嫌早 지유불방하혐조
늦어도방해되지 않거니 빠름인들 혐의되랴
老大傷懷易觸情 노대상회역촉정
늙음에 상심하여 쉽사리 정에 저촉되네
臨津過題 임진과제 임진 나루를 지나며 짓다
春流灧灧自涓涓 춘류염염자연연
봄물이 일렁이며 저절로 졸졸 흐르는데
聽水停驂喚渡船 청수정참환도선
물소리 들림에 수레 멈추고 나룻배를 부르네
沙女提筐挑野菜 사녀제광도야채
沙女(사녀)91)는 광주리 들고 들나물 캐어 메고
江兒隨鷺學耕田 강아수로학경전
강아(江兒)는 해오라기 따라 밭갈이를 배우네
數聲鴈啄潮頭雪 수성안탁조두설
기러기 쪼는 소리 물결 위에 눈이 내리고
一隊魚浮菱末烟 일대어부릉말연
물고기 떼 떠다니는 마름 끝에 연기 이는데
不是關心行路客 불시관심행로객
이조차 길가는 나그네는 관심이 없음인가
只緣邂逅却茫然 지연해후각망연
헤어졌다 만나는 인연만이 망연히 물러나네
91) 沙女(사녀). 강아(江兒): 사녀는 모래밭에서 노는 소녀를 말함. 강아(江兒)는 강가에서 노니는 남자 아이들
挽農窩曺錫圭 농와 조석규92)에게 드린 만사
君來友道重 군래우도중
그대 오니 벗의 도리가 무거우며
君去友道輕 군거우도경
그대 떠나니 벗의 도리가 가벼울까
輕重曾關世 경중증관세
경중은 일찍이 세상사에 관계되나
孰不淚此行 숙불누차행
누가 이 길을 보내며 눈물짓지 않을까
送族弟元錫赴京 족제 원석이 서울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江空葉落出山樓 강공엽낙출산루
빈 강에 낙엽 지는데 산루(山樓)93)를 나선다니
愛汝奇才賦遠遊 애여기재부원유
너의 기재 아껴서 먼 여행에 구실을 부치노라
此去靑雲非萬里 차거청운비만리
이번 가는 길이 만 리 청운이 아니라니
自來白髮感深秋 자래백발감심추
백발이 절로 옴을 깊은 가을에 느끼게
莫隨鴈陳分衡浦 막수안진분형포
기러기 떼를 따르지 말고 형포94)에서 작별하고
須學鶯遷到上頭 수학앵천도상두
모름지기 배워 꾀꼬리가 머리 위에 앉게 하라95)
可笑此身今老矣 가소차신금노의
우습구나! 이 몸은 이제 늙었으니
來時訪我問魚舟 래시방아문어주
돌아올 때에 나를 찾으려면 고깃배에 물어보게
92) 조석규(曺錫圭): 유행(儒行)으로 저명하다. 자(字)는 자극(子極). 호(號)는 농와(農窩). 조몽징(曺夢徵)의 증손(曾孫)이다. 타고난 자태(姿態)가 매우 뛰어났으며 일찍이 성망(聲望)이 있었다.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면서 종적(蹤迹)을 감추어 오로지 경서(經書)의 이치(理致)에만 전념(專念)하였다.
93) 산루(山樓): 산사(山寺)에 있는 루(樓:普齋樓 등)를 말함.
94) 형포(衡浦): 형양(衡陽)의 포구(浦口). 왕발(王勃)의 등왕각서(縢王閣序)에 이르기를, “고기잡이배에서 저물녁에 부르는 노래는 그 울림이 팽려(彭蠡)의 물가에까지 들리고, 기러기 떼는 추위에 놀라 그 울음소리가 형양(衡陽)의 포구에서 끊어진다(魚舟唱晩 響窮彭蠡之濱 雁陳驚寒 聲斷衝陽之浦).”하였다.
95) 앵천(鶯遷): 꾀꼬리가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에 앉는다는 뜻. 진사나 생원시에 급제하는 일을 이르는 말. 승진이나 이사 등을 축하하는 말로도 쓰인다.
東齋酬友 동재에서 벗에게 창수하다
子往橋西我水東 자왕교서아수동
그대는 다리 서족에서 나는 물 동쪽에 살며
往來頻數帽生風 왕래빈수모생풍
자주 왕래하느라 모자에 바람이 일었네
秋深暮雨蟬高樹 추심모우선고수
깊어가는 늦가을 비에 높은 나무에 매미울고
酒暖淸宵月半空 주난청소월반공
따뜻한 술 생각나는 맑은 밤 하늘엔 반달 떴네.
壯志常存驥隙裏 장지상존극극이
장한 뜻은 언제나 빠른 세월96) 속에 두었고
流光下貸雪鴻中 류관하대설홍중
흐르는 세월은 설홍(雪鴻)97) 속에 빌렸네
一村桑楮三間屋 일촌상저삼간옥
온 마을 뽕나무 당나무에 둘러쌓인 3간 집이라
互答漁歌作釣翁 호답어가작조옹
서로 서로 어거를 답하며 조옹이 되었네
96) 세월: 원문의 기극(驥隙)은 진(秦)의 이세(二世)황제 호해(胡奚)가 조고(趙高)에게 “사람이 세상에 사는 것을 비유하면 여섯필의 기마를 달려 작은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이 빠르다.” 한데서 유래한 말. 세월과 인생이 덧 없이 짧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임.
97) 설홍(雪鴻): 봄눈 밭의 기러기 발자국. 봄눈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이 곧 날씨가 풀려 눈이 녹으면 없어지므로 얼마되지 않는 짧은 시간을 말하는 것임.
挽海南金壤德 해남 김양덕에 드린 만사
公在人間六十年 공재인간육십년
공이 인간 세상에 계신 육십년
平生率履一任天 평생솔이일임천
평생 솔선한 이력을 하늘이 일임하였네
心操蜂鉢淸風東 심조봉발청풍동
마음은 봉발(蜂鉢)이라 청풍이 움직이고
事業龍潭好月園 사업용담호월원
사업은 깊은 못 같아 좋을시고 달처럼 둥그네
閨裏鏡鷰孤影慼 규이경연고영척
규방의 거울 속 난새 외로운 그림자 슬픈데
庭前寶樹八株綿 정전보수팔주면
뜰 앞 보수(寶樹)98)는 여덟 그루가 이어졌네
病臥未能臨穴哭 병와미능임혈곡
병으로 누워 장례에 임하여 곡하지 못하고
荒詞數幅碧山嶺 황사수폭벽산령
거친 만사(輓詞) 두어 폭 푸른 산에 떨구네
98) 보수(寶樹): 훌륭한 집안의 자제를 일컫는 말. 동진(東晋)의 사현(謝玄)은 재주가 뛰어나 그의 숙부 사안(謝安)에게 사랑을 받아 옥 같은 나무로 여겨졌다는 말에서 유래 함. 앞의 난새는 부인을 비유함.
登山海亭 산해정99)에 올라
先生去後一亭留 선생거후일정유
선생이 떠난 뒤 한 정자 남았는데
山海高風特地脩 산해고풍특지수
산해같이 높은 풍모 특지(特地)를 이루었네
白石淸泉雄府外 백석청천웅부외
백석 청천100)은 웅위한 고을 밖에 있고
名花幽鳥曲欄頭 명화유조곡란두
활짝 핀 꽃은 그윽한 곳에 새는 굽은 난간 위에 있네
煙塵歲暮祥光薄 연진세모상광박
연진(煙塵)101) 세모(歲暮)에 좋은 징조는 열어지더니
天地朝來爽氣浮 천지조래상기부
천지에 아침오니 상쾌한 기운이 떴구나
百代悠悠瞻仰恨 백대유유첨앙한
백대가 아득하니 우러러 사모함이 한스러워
登斯崇慕外何來 등사숭모외하래
이곳에 오르면 숭모 외에 무엇이 오겠는가
東京懷古 동경(경주)에서 옛일을 생각함
斜陽客過古都東 사양객과고도동
석양의 나그네 고도 동경(경주)을 지나치노라니
一代繁華萬刦中 일대번화만겁중
한 시대 번화함은 만겁 가운데 있었네
陵寢山川依舊在 능침산천의구재
능침과 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樓臺宮殿至今空 루대궁전지금공
누대와 궁전은 이제는 텅 비었네
天時歷歷興衰異 천시역역흥쇠이
천시는 역력하나 흥망성쇠는 다르고
人事茫茫感慨同 인사망망감개동
인사는 아득하나 사무치는 느낌은 같다네
是日王孫無限淚 시일왕손무한누
이날 왕손102)이 한없이 흘린 눈물로
鷄林叢上幾生叢 계림총상기생총
계림의 떨기 위에 몇 떨기가 더 생겼을꼬
99) 한해정(山海亭): 김해시 대동면 주동리에 있다. 처음에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짓고 학문을 연마하면서 후학을 강도(講道)하던 곳이다. 임진왜란에 정자가 불타고 230여년 뒤에 부사 이석하(李錫夏:재임 1816~1818)가 중건함에 선비 송윤증(宋允增)과 류방식(柳邦栻)이 재물을 모아 이룩했다.
100) 백석청천(白石淸泉): ‘깨끗한 돌과 맑은 샘’을 말함. 여기서는 남명선생의 풍모를 비유한 말.
101) 연진(煙塵): 봉화(烽火) 연기와 전장에 이는 먼지를 말한다.
102) 왕손(王孫): 의성김씨 시조 김석(金錫)은 경순왕의 아들이며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외손으로 의성군(義城君)에 봉해졌고, 그의 후손들은 본관을 의성으로 하였으므로 의성김씨는 신라 왕손이다.
過鷄林祠 계림사를 지나며
宗根曾托一鷄林 종근증탁일계림
종족 뿌리 일찍이 한 계림에 의탁하였나니
東國千枝萬葉深 동국천지만엽심
동국에 수 많은 자손이 퍼졌네
過此那無傷古感 과차나무상고감
이곳을 지나며 어찌 옛날에 마음 상함이 없겠는가
荒祠草沒淚盈襟 황사초몰누영금
황폐한 사당 풀숲에 묻혔으니 옷깃에 눈물 가득하네
拜謁皇南先殿秋享日有感 황남 선전103) 추향일에 배알하고 느끼다
八月秋高殿閣凉 팔월추고전각량
팔월이라 가을하늘 높고 전각은 서늘한데
參拜神宮列先王 참배신궁열선왕
신궁(神宮)의 열성조(列聖祖) 선왕을 참배하네
東都太守裸牲席 동도태수라생석
동도(경주)의 태수(유수)가 희생을 차리지 않아
藐末皇孫感淚長 막말황손감누장
아득한 말세 황손은 비감의 눈물 한없이 흘리네
登觀海亭有感 관해정(마산 합포구 교방동에 있다)에 올라 느끼다
落日人登觀海亭 석양에 사람들과 관해정에 오르니
蓬山縹緲入眸靑 봉산표묘입모청
봉래산(蓬萊山)104)은 아득하여 눈에 들어 푸르네
市喧每有隨風鬧 시훤매유수풍료
저자는 시끄러워 지껄임이 매번 바람 따라 오고
天氣常多不雨冥 천기상다불우명
천기는 비가 오지 않아도 어두운 날이 많아라
後學微忱尤激切 후학미침우격절
후학의 작은 정성 더욱 간절한데
先生遺躅特丁寧 선생유촉특정녕
선생(寒岡 鄭逑를 말함)의 남긴 자취만 정녕하구나
未知何處源淵溯 미지하처원연소
어디서 연원을 찾을지 알지 못하고
東落歸筇悵獨停 동락귀공창독정
동락으로 발길을 돌리려니 창연(悵然)하여 홀로 머무네
103) 황남선전(皇南先殿): 경주 황남동에 있는 임해전(臨海殿)
104) 봉산(蓬山): 신선이 산다고 하는 봉래산(蓬萊山)을 이른다. 여기서는 부산시 동래구 금정산을 말함.
松京懷古 송도(松都: 개성)에서 옛일을 회고하다
獨倚千秋滿月臺 독의천추만월대
홀로 천년세월 만월대에 기대어 보니
靑山松嶽至今嵬 청산송악지금외
청산이라 송악산은 예나 지금이나 높기만 하구나
車塵馬跡長安古 차진마적장안고
수레먼지 말발자국 도성은 예스러운데
牧叟樵童短笛哀 목수초동단적애
목수와 초동106)의 짧은 피리(短笛) 소리 슬프기만 하네
善竹橋邊斜日遠 선죽교변사일원
선죽교 옆 석양빛 멀어지니
開城門外劫雲會 개성문외겁운회
개성 성문 너머 갑자기 층계구름 모여드네
可憐殉國先生節 가련순국선생절
가련하구나! 순국하신 선생의 절개여
幾使歸人悵擧杯 기사귀인창거배
어찌 돌아가는 사람에게 슬피 잔을 들게 하누나
105) 木叟樵童(목수초동):목수(木叟)는 마소를 치는 노인. 초동(樵童)은 땔나무하는 소년
[詩終]
資料 : 南齋 金在鎬 釣叟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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