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소묘(秋夕素描)
추석소묘(秋夕素描)
추석도 지나고 아이들도 돌아가고 나니,
집안이 온통 빈 집 갔다.
늙은이 둘이서 차례 상에서 나온 대추며 밤,
약과와 한과 부스러기 들을 먹으며 옛날의
추석 명절을 생각해 본다.
들에는 메뚜기가 지천으로 날고,
뒷동산에는 알밤이 무수히 떨어져 있어 가기만 하면 주머니 가득 주워오고,
대추는 장대 한번 휘두르면 역시 주머니 가득 채우고서
서로 주고, 받으며 뛰놀던 생각, 모두가 풍성한 추석!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팔월 한가위만은 풍성했고 넉넉했던 추석.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허전할까?
삼 남매 잘 키워 모두 성취시켜 내 보내고 나니
안 오면 기다려지고, 왔다 가면 또 쓸쓸해지고,
아무리 공자도 ‘세속을 따르라’고 했지만
요즘 세상은 너무 각박한 것 같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손자 놈에게 붓 잡는 법이라도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추석 차례지내고 아침을 먹고 나더니,
큰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겠다며 짐을 챙기고,
작은 며느리는 작은 애 대로 공직에 있으니 가봐야 된다며 일어난다.
썰물이 나가듯 모두 떠나고 나니 북적댈 때는 좁은 집이 이제는 찬바람이 분다.
왜 이렇게 해마다 겪는 일인대도 쓸쓸할까?
차라리 차례를 큰 애네 집에서 올리고 내가 떠나오면 이런 마음은 안 들까?
생각해 본다.
울적한 마음으로 TV를 켜니 어제 폭우로 집이 침수된 가정이 너무 비참하다.
그 들은 추석보다는 당장 생활이 어려울 터인데
나는 한가롭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으니 부끄러운 생각뿐이다.
수재민 여러분 힘내시고,
오늘의 어려움을 재기할 수 있는 전환의 기회로 승화하시길 바랍니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맑은 하늘을 보면서 너무도 작아지는 나를 본다.
2010. 9. 25
춘강 송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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